법률사무소 한해

의뢰인분은 회식 자리 후 만취한 상태에서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였습니다. 그런데 한달 뒤 대뜸 경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 사건 발생 직후 112 신고를 당했으니 출석 조사를 받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경찰관이 말해준 사건 일자를 돌이켜보니 회식이 있었던 그 날이었음은 알게 되었지만, 지하철을 탄 이후로부터 집에 가기 직전까지의 기억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었습니다. 의뢰인분은 경찰관에게 '잘 기억이 안 난다'라는 말만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고, 카드 결제 내역을 찾아보니 지하철을 탄 시각, 내린 시각, 그리고 구매한 물건들에 대해서까지는 확인이 되었지만 신고자가 누구인지 조차 전혀 기억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지하철 열차 내에는 무조건 CCTV가 존재하기 때문에 섣불리 범행을 부인하거나 할 수 없었고, 피해자에게 악의적인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없던 일을 꾸며내어 신고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까지 들자, 결국 이유미 변호사를 찾아오셨습니다. 이유미 변호사가 판단하기에 이 사건의 리스크는 첫번째로 CCTV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추행을 하는 모습이 찍혀있을 경우 당연히 자백하고 선처를 구해야하겠지만, 가장 문제되는 경우는 신체 접촉 여부가 불명확하게 찍혀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가까이에 앉아있었다는 점 등만 드러나더라도 경찰 실무상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에 송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피해자분이 피해 직후 곧바로 112신고를 하였다는 것이어서, 무고의 여지가 적고 실제 추행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이유미 변호사는 CCTV를 확인하지 않고는 어떤 특정 방향으로 대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조사에 출석하여 부딪혀보자고 제안드렸습니다. 변호사가 동석할 것이므로 CCTV 영상을 조사를 받으며 살펴본 뒤 함께 자백 여부 혹은 부인 여부를 판단하여 적절히 대응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전에 당시 행적을 최대한 객관적 기록을 통해 기억해내는 한편, 만일 CCTV상 추행 여부가 불확실하여 불송치 결정을 위해 해야 하는 주장들과 증거들도 모두 준비해가자고 조언드렸습니다(의뢰인 보호와 업무상 비밀 유지를 위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이후 의뢰인분과 함께 경찰 조사에 출석하였는데, 예상대로 CCTV에 두 사람의 모습이 찍혀 있기는 하나 추행하는 모습이 정확하게 찍혀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의뢰인분이 갑자기 자리를 바꾸어 신고자 옆 자리에 앉는 모습, 신고자와 맞닿은 쪽에 손을 내렸다가 올리는 모습 정도가 찍혀있었고, 별다른 주장을 하지 않는다면 자백 없이도 혐의가 인정될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미 변호사는 조사 당시부터 강하게 혐의를 전면 부인하시도록 조언하였습니다. 조사 직후에는 혐의를 인정할 수 없는 근거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1)CCTV 영상만 보더라도 의뢰인분이 만취해 있는 상황이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아 성범죄의 고의를 가질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 2)실제로 과거에 이런 혐의를 받은 적이 아예 없다는 점, 3)CCTV 영상 속에서 의뢰인분은 단 한번도 신고자의 얼굴을 바라보거나 신고자를 인식하는 행동을 하지 않은 점 등 영상에 대한 분석을 나열함과 동시에, 4)신고자가 추행당하였다고 하는 부위(허벅지 옆면, 팔)가 일상적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옆자리에 앉으면 흔히 실수로 접촉이 있을 수 있는 부위이므로, 신고자가 거짓 신고를 한게 아니더라도 추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경험적 주장을 병행하였습니다.

사건 결과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습니다. 조사 당시만 하더라도 혐의를 인정하여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하던 수사관이 이유미 변호사의 의견서를 보고 거의 곧바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이는 경찰의 일반적인 수사 실무에 비추어볼 때 상당히 얻기 힘든 결과였음에도, 면밀한 영상 분석과 상식에 반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주장을 통해 억울한 추행 누명을 벗겨드릴 수 있었습니다.

성범죄 사건의 경우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경우라고 하더라도 상당히 불리하게 사건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CCTV 영상 속에 추행의 상황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가, 피해자가 스치는 장면만 있어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CCTV 내용을 바탕으로 한 변호사의 재빠른 판단을 바탕으로 추행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조사 당시부터 주장하면서, 영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 및 설득, 그리고 경험에서 우러난 자연스러운 변론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여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것이 주효했고, 결국 의뢰인분의 누명을 벗겨드릴 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경찰 조사에 변호사를 동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는 변호사가 조사에 입회하여 여러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즉석에서 판단을 내려 조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입니다. 경찰 단계에서 작성된 수사 서류들은 재판에도 대부분 제출되며, 경찰 단계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재판에서는 더 이상 구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계신 분들은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여 적절한 조력을 빠르게 받으시기를 권유드립니다.